공부의 자세

김홍도서당

일과를 외우지 못하는 사람은 회초리 50대, 전에 배운 것을 외우지 못하는 사람은 60대, 장기와 바둑 등의 놀음을 하는 자는 70대, 규칙을 따르지 않는 자는 80대, 틈을 타 활쏘기를 배우는 자는 90대, 여색을 탐하여 따르는 자는 100대를 치는데, 모두 대나무 가지로 만든 회초리로 벌한다.

日役不誦者 楚五十 舊讀不誦者 楚六十 博奕雜戲者 楚七十 不從規責者 楚八十 乘間學射者 禁九十 貪從女色者 禁一百 皆以竹枝禁罰之

– 「학령(學令)」, 정극인

일과를 외우지 못하는 사람은 회초리 50대, 전에 배운 것을 외우지 못하는 사람은 60대, 장기와 바둑 등의 놀음을 하는 자는 70대, 규칙을 따르지 않는 자는 80대, 틈을 타 활쏘기를 배우는 자는 90대, 여색을 탐하여 따르는 자는 100대를 치는데, 모두 대나무 가지로 만든 회초리로 벌한다.

읽자마자 등이 서늘해지는 이 글은 조선 전기의 문인 정극인(1401~1481)이 훈도 교수로 있을 때에 지은 글의 일부이다. 정극인은 학생들이 나이가 차는데도 학문에 성취가 없으니 인간의 모습을 한 금수와 다름없다고 지적하며 새해가 맞이하여 학교의 규칙을 새로 만든다. 『서경』 「순전(舜典)」에 ‘회초리로 학교의 형벌을 삼았다[扑作敎刑]’는 구절이 보이듯 회초리를 때려가며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중국 고대에서부터 이어져 온 교육 방식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체벌이 허용되던 시대임을 감안하더라도 정극인이 만든 규칙은 상당히 엄격해 보인다. 이해를 돕기 위해 현대의 실정에 맞게 다시 한 번 규칙을 읽어보자.

‘오늘의 할 일을 외우지 못하면 회초리 50대, 전에 배운 것을 외우지 못하면 60대, 딴 짓을 하면서 놀면 70대,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80대, 틈을 타서 공부 외에 다른 것을 배우면 90대, 연애하면 100대를 친다.’

이 규칙을 필자의 생활에 대입해 보면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애초에 하루 일과를 미리 생각조차 하지 않으니 이미 50대, 한 학기가 지나가기만 하면 배운 것이 가물가물해지니 60대, 딴짓은 생활의 동반자일 정도로 열심히 하니 70대, 법을 어기진 않았으니 규칙은 따른다고 해도 틈타서 다른 것을 하고 있으니 90대. 다행히 연애는 하고 있지 않다. 이것만 해도 이미 270대인데, 한 번만 잘못하는 것이 아니니 제대로 따지면 나는 대체 몇 대를 맞아야 하는 것인가. 생각만 해도 종아리가 아프다.

정극인은 지방의 학생들을 잘 가르친 공으로 벼슬을 받았을 정도로 후학 양성에 힘을 쓴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학생들의 자그마한 일탈을 꼬투리 잡아 매를 치는 것을 즐기지는 않았을 테다. 정극인이 학령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달하려 한 진심은 공부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일이며, 그렇게 해야지만 떳떳하게 ‘공부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 짧은 글을 쓰는 도중에도 셀 수 없이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필자는 반성, 또 반성하며 다시 책을 펼치러 가야겠다고 다짐한다.

구독
알림
guest
0 답글
Oldest
Newest
본문 내 피드백
모든 답글 보기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