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유튜버 전성시대. 취향이 확실하다면 자신만의 구독리스트를 만들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알고리즘이 이끄는대로 그럭저럭 수동적인 구독리스트가 얼기설기 만들어지기도 한다. 내 경우는 후자인데 알고리즘 신께서 오늘은 나를 피터슨 교수님(Prof. Peterson)의 채널로 인도해주셨다.
한국 성함은 배도선(裵道善). 소개 영상을 보니 1965년에 선교사업으로 한국에 오게 되셨고, 당시에 한국인 딸 둘을 입양하셨다고 한다. 그 후 하버드 동양학과에서 한국사로 석박사를 하시고 Brigham Young University in Utah 에서 35년 간 한국사를 강의하신 한국사 전문가! 교수 퇴직 후 좀 더 활발한 활동을 위해 채널을 오픈하셨다고 한다.
채널 이름은 우물안의 개구리[井中之蛙]가 아닌 우물 밖의 개구리[井外之蛙]-The Frog Outside the Well
고문서도 많이 수집을 하셔서 마음에 드는 것은 액자로 만들어 걸어놓기도 하시나보다. 마침 뒷 배경에 종종 등장했던 홍패(紅牌)를 설명하신 영상도 찍으셨기에 공유해 본다. [원본 동영상]
홍패는 문과와 무과에 급제한 사람에게 내리는 증명서로 형식은 아래와 같다.
敎旨(교지) – 임금이 내리는 문서
具官 아무개는 文科(혹은 武科)의 아무科 (甲,乙,丙) 第 몇 人으로 及第出身한 자이다.
年 寶 月 日
형식에 맞춰서 읽어보자면 교수님 벽에 걸린 합격 증서는 아래와 같다.
한량인 백만금은 무과의 병과 제 311인으로 급제출신한 자이다.
閑良 白萬金 武科 丙科 第三百十一人 及第出身者
광서(1885년, 고종22년) 11년 3월
光緖 十一年 三月
*광서(光緖)는 청나라 덕종(淸德宗)의 연호
우리가 알고 있는 놀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한량(閑良)이 여기 쓰인 것이 의아할 수 있다. 한량은 무과 시험을 볼 수 있는 양반 계급이면서도 아직 무과에 합격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시험을 볼 자격이 있는데도 굳이 아등바등 시험을 치르지 않고, 혹은 시험 준비 중이라는 핑계로 놀고 먹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부잣집 도련님 같은 이미지가 생겨난 것 같다.
홍패의 주인공이신 백만금씨는 집안 사정 때문인지 아니면 나름의 꿈을 꾸고 있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무과에 도전을 했고, 마지막 등급인 병과 중에서도 311등이라는 다소 낮은 성적일지라도 자랑스러운 홍패를 품에 안으셨다.
이 당시 수 백명씩 무과에 합격을 했다고는 해도 모두 관직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굳이 과거 시험에 합격하려던 이유는 신분 상승의 통로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인데, 면천한 천인들과 양인들이 일단 무과에 합격을 하면 그 아들과 손자들은 문과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생겨서 양반이 될 수도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