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국(種菊)_국화를 심으며

연모14_3

연모 14화 중 

겨우 아빠가 폐세자로 자유롭게 놓아주었는데 욕망할아버지 때문에 다시 궁으로 잡혀들어와 왕이 된 휘. 휘의 세자시절 세자시강원(世子侍講院)의 식구들이 왕의 비서실인 승정원(承政院) 관원들이 된 모양입니다.

개그를 담당하고 계신 시강원 시절 보덕(輔德) 어르신은 승정원의 도승지(都承旨)가 되셨습니다. 만만해 보이지만 관직이 꽤 높은 정3품이지요. 아버지의 도움으로 전하의 곁을 지키게 된 지운이는 정7품 승정원 주서(注書)로군요. 막내…

쓴 소리를 하시는 분은 오늘날의 기획재정부와 같은 호조(戶曹)의 정5품 정랑(正郞) 입니다. 덕분에 조운선과 관련 된 비리 제보를 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도승지 어르신의 뒤에 보이는 병풍에 목간체(木簡體)가 시원시원하게 적혀있어 눈길이 갑니다. 내용은 율곡 이이 선생님의 ‘種菊(종국)’ 이라는 시입니다. 국화는 특히 숨어서 청빈하게 사는 은자(隱者)를 표현할 때 비유하는 꽃이라 많은 글과 시에서 볼 수 있는 소재입니다.

種菊(종국) – 국화를 옮겨 심으며

香根移細雨 (향근이세우)
향기로운 뿌리를 가랑비 속에 옮겨심으니
課僕倚筇遲 (과복의공지)
종복에게 시킴에 지팡이 짚어 일이 더디구나
豈爲金華艶 기위금화염
어찌 금빛 꽃의 탐스러움 때문이겠는가
要看隱逸姿 (요간은일자)
은자의 자태를 보기 위해서로다

未敷承露葉 (미부승로엽)
꽃도 피기 전 잎새는 이슬을 맞고
新展傲霜枝 (신전오상지)
서리에도 꿋꿋히 가지를 새로 펴는구나
百卉飄零後 (백훼표령후)
온갖 화초가 나부껴 떨어지고 난 후
相諧歲暮期 (상해세모기)
한 해가 저물 때 함께 어울리세

– 율곡 이이(栗谷 李珥, 1536~1584)

*세모기(歲暮期): 늙어서라도 함께 살자는 약속
**오상지(傲霜枝): 추위와 서리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태를 유지하는 꽃가지, 여기서는 국화가지를 말함
“연꽃은 다하여 이미 빗물 받치는 일산이 없거니와, 국화는 쇠잔해도 아직 서리 깔보는 가지가 남아 있네.[荷盡已無擎雨蓋, 菊殘猶有傲霜枝.]” 소식 〈증유경문(贈劉景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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