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5화_손 붙잡고 함께 떠나리

옷소매_북풍1

‘연모’ 말고 또 볼 만한 사극이 생겼습니다! 세손시절부터 이어진 이산과 궁녀 성덕임의 러브스토리를 모티브로 한 ‘옷소매 붉은 끝동’. 배우로써 입지를 차근차근 다져 온 아이돌 출신 배우 준호가 이산을 연기 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손이 덕임의 충성맹세(?)에 또르르 눈물을 흘리는 5회 엔딩 장면은 무척이나 인상깊더군요.

할아버지의 명으로 동궁에 갇혀있는 세손을 위해 덕임이 시를 읽어줍니다. 바로 세손에게 직접 선물로 받은 《시경(詩經)》의 한 대목입니다. 《시경(詩經)》은 중국의 오래 된 시를 모아놓은 것으로 사람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바른 마음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에 경전으로 오랫동안 사랑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워낙 오래 된 글들이라 잘 쓰이지 않는 글자들도 많고, 뜻이 다르게 쓰이는 글자들도 많아서 해석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경을 해석한 별도의 책들을 함께 공부해야만 합니다. 그만큼 어려운 글이기에 세손이 덕임이 한테 뜻을 알고나 읽는거냐며 타박을 한 것이지요. 괜히 구박한 것이 아니랍니다..

하지만 총명한 덕임이는 시를 잘 공부했나봅니다. 덕임이 읽어 준 시는 〈북풍(北風)〉이라는 시 입니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은 포악한 정치를 비유한 것으로, 나라가 장차 위험해 질 것이니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서둘러 떠나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사랑하여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손 붙잡고 함께 돌아가리
惠而好我 攜手同歸

해설서에 혜(惠)는 애(愛)의 뜻으로 읽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세손에게 함께 손붙잡고 어려움을 헤쳐나가자며 도움의 손길을 내 미는 덕임의 마음과 잘 맞는 내용이기도 하네요. 시의 전체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北風其涼 雨雪其雱 북풍기량 우설기방
惠而好我 攜手同行 혜이호아 휴수동행
其虛其邪 既亟只且 기허기사 기극지차
북풍은 차갑게 불고 눈은 펄펄 쏟아지네
사랑하여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손 붙잡고 함께 떠나리
어찌 우물쭈물 망설이는가 이미 다급하고 다급하거늘

北風其喈 雨雪其霏 북풍기개 우설기비
惠而好我 攜手同歸 혜이호아 휴수동귀
其虛其邪 既亟只且 기허기사 기극지차
북풍은 차갑게 휘몰아치고 눈비는 훨훨 휘날리네
사랑하여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손 붙잡고 함께 돌아가리
어찌 우물쭈물 망설이는가 이미 다급하고 다급하거늘

莫赤匪狐 莫黑匪烏 막적비호 막흑비오
惠而好我 攜手同車 혜이호아 휴수동거
其虛其邪 既亟只且 기허기사 기극지차
붉지 않다고 여우가 아니며 검지 않다고 까마귀 아닐까
사랑하여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손 붙잡고 수레에 오르리
어찌 우물쭈물 망설이는가 이미 다급하고 다급하거늘

해설서를 좀 더 참고해 보자면 첫 문단의 동행(同行)은 함께 떠나는 것이고, 동귀(同歸)는 떠나가서 돌아오지 않겠다는 뜻이며, 동거(同車)는 수레를 타는 것이니 일반 백성 뿐 아니라 높은 사람들도 떠나고 있다는 뜻으로 점차 상황의 심각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우와 까마귀는 불행의 징조로 쓰였는데, 보는 것 마다 여우와 까마귀처럼 불길한 징조라면 머뭇거릴 것이 아니라 어서 빨리 떠나야겠지요.

수업 시간에 옛 이야기로만 읽었던 《시경(詩經)》을 이렇게 드라마에서 접할 수 있어 매우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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