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모 19화_빈 배 가득 달빛 싣고

연모19_4

예고편에서 형에게 칼을 맞는 장면이 나와 생사를 알 수 없었는데 역시 형이 목숨은 살려주었군요. 안그래도 안쓰러운 서브 남주를 아쉽게 보낼 수 없었는데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원산군은 정말 제대로 역모할 생각이 있는건지..
살려두면 뻔히 전하에게 쪼르를 달려갈 동생에게 역모를 하겠다는 힌트를 남긴 서찰까지 남기다니요. 형님의 복잡한 심경을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정통 대하드라마도 아니고 개연성이 좀 떨어지면 어떻습니까. 덕분에 주인공이 이길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면 말이지요.

(에필로그: 현이가 끝까지 죽임을 당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군요. 결국 왕이 될 상이었다는거…)

원산군 형님이 남긴 시는 중국 당나라의 선자화상(船子和尙)이 남겼다고 전해지는 게송(偈頌)입니다.

千尺絲綸直下垂 천척사륜 직하수
一波纔動萬波隨 일파재동 만파수
夜靜水寒魚不食 야정수한 어불식
滿船空載月明歸 만선공재 명월귀

천 자의 낚싯줄을 곧장 드리우니,
한 물결 움직이자 만 물결 따라 움직인다.
밤은 고요하고 물은 차가워 고기 물지 않으니,
빈 배 가득 달빛 싣고서 돌아온다.

참고: ‘고전시가 속 ‘漁父’ 모티프의 수용사적 고찰’, 김승우, 2011

원산군 버전으로는 대사에 맞게 좀 더 부드럽게 번역되었고 마지막 구의 ‘밝은 달(月明명월)’을 ‘나의 꿈(我夢아몽)으로 바꾸어서 끝까지 역모를 관철시키고자 하는 자신의 꿈을 내보이는 장치로 사용을 했습니다.

긴 낚싯줄을 똑바로 드리우니
물결하나 겨우 일다 많은 물결 번져가네
고요한밤 물은 차고 물고기는 아니무니
빈 배 가득 나의 꿈을 싣고 돌아오네
  원산군_연모 19화 중

평소 원산군이 즐겨 읊었던 시였는지 현이가 형님이 예전에 써 두었던 시를 찾아내어 달라진 부분을 비교하고는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알아차린 모양입니다. 탈옥한 욕망할아버지와 손을 잡고 여연의 군대를 이끌고 올 것을 대비하여 성공적으로 막아내는 것이 마지막 남은 20회의 스토리가 되겠군요.

본래 시와 이현이 받은 시는 다른 부분이 또 있습니다. 2구의 ‘纔재’ 가 ‘自자’ 로 되어있고, 3구의 ‘食식’은 ‘餌이’로 되어 있습니다.


‘纔재’는 ‘겨우, 조금’의 뜻이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 문장은 ‘작은 물결이 겨우 일었을 뿐인데 수 많은 물결로 퍼져갔다.’ 라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그런데 ‘自자’ 라고 한다면 ‘물결 하나가 저절로 일어나니 수 많은 물결이 따라 생겨났다.’ 라고 풀이 되겠군요. ‘餌이’는 미끼라는 뜻이 있으니 물고기가 미끼를 물지 않는다고 풀이 될 것 같습니다.

당나라에서 전래 된 이 게송은 우리나라의 경우 고려 후기의 문집에서 발견되기 시작해서 그 이후 조선시대에도 여러 문인들이 영감을 얻어 운을 차용하는 시를 지었다고 합니다. 재미있게도 불교에서와 후대 선비들이 시를 해석하는 내용이 좀 다릅니다.

불교에서는 고기 낚는 일을 중생을 교화시키는 일에 비유하고, 물결이 일파만파 퍼져나가는 것을 번뇌에 비유해서 중생은 이미 잘 살고 있으니 애초에 교화시키고 말 것도 없다는 깨달음을 얻어 빈 배로 돌아오는 내용이라고 보았습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시간이 흘러서는 그런 의미 보다는 한가한 밤 풍경과 소탈하게 유유자적하는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한 부분이 사랑을 받아  차운되어 쓰였다고 하네요.

감정 이입이 되는 대상이 천길 아래 노니는 물고기일지 달빛 아래 고기낚는 어부일지에 따라서도 시를 감상하는 포인트가 달라질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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