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기억에 남을 16자결

누구나 알고 있는 주먹도끼 ;출처_국립중앙박물관

내가 한문을 처음 배울 때 본 책은 《중용》이다. 원래 순서라면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의 순서로 읽어야 하지만 한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시작한 터라 멋모르고 《중용》부터 읽기로 했다. 《중용》을 읽기 전에 나오는 〈중용장구 서(中庸章句序)〉는 첫 번째로 배우기 시작한 글이라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그 중에서도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16자결(十六字訣)이다.

16자결은 《서경》이 원 출전인데 주자(朱子)가 서문을 지으면서 인용한 글이다.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은미하니 오직 정하고 한결같이 하여야 진실로 그 중도를 지킬 수 있다.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중용》 〈중용장구 서(中庸章句序)〉

처음 한자도 제대로 다 외우지 못한 상태에서 한문을 배우기 시작한 나로서는 이 말이 전혀 이해 할 수 없었지만 무언가 계속 기억에 남고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이 16자결이 한문을 계속 배우게 해줄 수 있었던 원동력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한문을 배운지 4년 가까이 되었으니 많은 시간이 지났다고 이를 만 하지만 아직도 이 글 뜻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그때를 돌이켜보면 어느 자리에서 이 글을 보았는지, 어느 시간에서 이 글을 보았는지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역사를 배울 때 다들 ‘경기도 연천 전곡리’ 하면 ‘주먹도끼’를 떠올린다. 경기도 연천 전곡리의 주먹도끼는 역사를 포기한 학생들도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들 기억 속에서도 오래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책을 펴면 제일 먼저 나오는 내용이 구석기 시대 주먹도끼 부분인데 그렇다면 이건 처음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해서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일까? 그럼 과연 나도 한문을 처음 배우기 시작하면서 본 것이 16자결이기 때문에 기억이 생생히 나는 것일까?

하지만 처음 배웠다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면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은 없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중용》에서의 16자결은 힘이 있어 사람을 감동시키는 글임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요(堯)‧순(舜)‧우(禹) 세 성인이 서로 도통(道統)을 전수한 글이라는 데에 있어서랴. 앞으로도 한문을 배움에 있어서 계속해서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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