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누나를 찾아서

쌍곡폭포

늦은 밤 심야버스에 몸을 싣고 수원으로 향한다. 도착한 시각은 새벽 4시, 근처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시간에 맞추어 나와 출발한다. 아침으로 먹은 국밥은 날밤을 새서 그런지 더욱 든든하게 느껴졌고 우중충한 날씨의 아침 비는 쌍곡계곡으로 가는 길을 재촉한다. 그 와중에 나무 누나는 오칠당음을 챙겨와 옆에서 읽고 위로는 구름을 감상한다.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이 도를 멀리하려 하고 道不遠人人遠道

산은 세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세속이 산을 떠나려 한다 山非離俗俗離山

〈유속리산록(遊俗離山錄)〉 《노우집(魯宇集)》

속리산에 위치한 쌍곡계곡은 정말 세속을 벗어난 듯 산속에 있다. 망고 누나를 찾아서 떠나야 하지만 찾기도 전에 벌써 우릴 찾아온 누나를 만나 백숙을 먹고, 함께 계곡으로 이동해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니 남은 피로마저 싹 사라진다.

물에서 놀고 고기를 먹기 위해 준비하려는데 왕고 누나가 준비해온 컵마다 새겨진 개인 이름들을 보고 감동이 벅차올랐다. 그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챙겨오셨는데 챙겨온 물건을 볼 때마다 정말 최고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고깃집에서 알바도 해보신 물개 형님과 구슬 누님이 구워주신 고기는 맛이 정말 일품이었는데 만일 초나라 성왕(成王) 군(頵)도 이 고기 맛을 알았더라면 죽기 전에 곰 발바닥[熊蹯] 요리 대신 이 고기를 청했을 것이다.

봄 물은 사방 못에 가득하고 春水滿四澤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 많구나 夏雲多奇峯

〈사시(四時)〉 도잠(陶潛)

안개 낀 산을 보면 이 시구를 앞에 놓아둔 듯 딱 맞아 떨어지고, 비가 갠 뒤의 떠오른 돈일(盾日)은 삼삼한 올갱이국 한 그릇에 시원해진다. 간만의 여행이라 너무 즐거웠고 이른 아침부터 운전과 여행을 기획하셨던 왕고 누나를 생각하면 너무 감사하다. 다음에는 이번에 아쉽게 못 오셨던 형, 누나도 와서 즐겁게 놀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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